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7)

관리자2026.04.02 13:29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7)

아나뱁티즘을 신학화 하는 일은 메노나이트 그룹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교육 연한을 정해 놓은 아미쉬, 후터라이트 그룹에서 세상 학문과 지식에 신학적으로 대응할 역할을 감당할 학자를 배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나뱁티즘을 창조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한국의 아나뱁티스트들 앞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노나이트-아미쉬-후터라이트는 아나뱁티즘의 다양한 얼굴이기도 하지만 그 기원에 있어서는 신앙적 지향의 차이로 인한 분열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갈등과 상처를 서로 주고 받을 수밖에 없었던 관계였습니다. 한국의 아나뱁티스트들에겐 이 세 그룹의 지향을 통합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들 세 그룹을 아나뱁티즘의 다양한 얼굴로 인식하고 이들 그룹 사이의 유대와 연대를 공고히 하는 방향에서 서로를 보완하며, 긴밀히 소통하고 유기적으로 연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노나이트한국교회연합(MCSK)도 필요하지만 한국아나뱁티스트연합(KAF) 활동 또한 중요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도 메노나이트, 아미쉬, 후터라이트의 존재 양식을 따르는 교회와 공동체가 각 지역에서 생겨나서 ‘Colony’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데 – 춘천 콜로니, 서울 콜로니, 제주 콜로니, 논산 콜로니, 진해 콜로니, 포항 콜로니, 옥천 콜로니, 대구 콜로니, 양평 콜로니, 산청 콜로니 등등 -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아나뱁티즘의 큰 틀안에서 연합하고 연대하기를 꿈꾸게 됩니다.

메노나이트-아미쉬-후터라이트의 라파 Community에의 적용은 이렇습니다. 저의 개인적 지향은 후터라이트입니다. 저는 후터라이트적인 삶이 좋습니다. 후터라이트들의 공유적 삶이 좋습니다. 그들의 공유적 삶이 좋은 것은 개인적인 욕망과 탐욕을 공동체가 울타리가 되어 제어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도사적인 삶을 좋아합니다. 날마다 수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후터라이트들이 자신들의 삶을 수도적 삶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수도적 삶의 가능성을 추출합니다. 카톨릭의 수도원이나 수녀원과 같은 독신 수도공동체는 저의 지향이 아닙니다. 저는 가족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되 그 삶의 지향이 수도적 삶이 되기를 꿈꿉니다. 일상이 수도인 삶을 꿈꿉니다. 적절한 노동과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교제하는 삶이 일상이 되기를 꿈꿉니다. 자연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삶이 가장 좋은 신앙 생활이라고 믿기에 후터라이트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는 바로 그 후터라이트의 삶의 양식을 모델로 합니다. 후터라이트들이 그러하듯이 문명 사용에 대해서도 적절히 수용해 가며 살고 싶습니다. 후터라이트의 현대적 적용인 ‘부르더호프 공동체’가 우리에게 잘 부합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는 특별한 사역이 있는데 그것은 중독자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일입니다. 중독자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 공동체에 채우며 살아가는 삶을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저는 공동체들이 주님께서 주시는 저마다의 특별한 사역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역이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우리 삶의 의미와 자긍심을 한층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라파 Community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 공동체는 거의 ‘출가 공동체’에 가깝고 재산 공유의 특징이 있기에 모든 이들이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파 Community에는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 중인 이들과 그들의 가족으로 구성된 ‘사랑과 섬김의 교회’가 있습니다. 이들 구성원 중 일부는 예배당 중심으로 가까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멀리 옥천읍과 대전 등지에서 교회에 출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라파 Community에는 농축산물 생산과 유통회사인 ‘농업회사법인 라파마을 생태자연농장’이 있습니다. 이 농장은 현재 ‘사회적 농장’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장차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부설 ‘중독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예수 공동체’ 성원들과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교회 식구들이 함께 참가하여 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장을 중심으로 일상을 함께 나누는 이들은 라파 Community 내에서 아미쉬적 삶을 지향하는 단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재산을 사유하고 마을에 각자의 주거를 마련해 독립적으로 생활하지만 농장 활동을 매개로 ’예수 공동체‘ 성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주일과 주중 전시간을 서로 공유하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에 주거 공간을 가지고 있고 재정 사용을 독립적으로 행하는 ‘예수 공동체’ 외부 성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세상 속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교회 식구들은 라파 Community 내에서 메노나이트 그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나뱁티즘을 수용하고 있지만 삶의 여건과 조건으로 인해 공동체에 합류하지 못하고, 일상을 긴밀히 나누지는 못하지만 주일 예배와 교회 행사를 매개로 코이노니아를 유지하고 있는 단위인데 이들은 세상 속, 각자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이들은 세상 속에 보내진 그리스도의 ‘전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미약한 형태이지만 라파 Community 안에는 아나뱁티즘의 세 분파인 메노나이트–아미쉬-후터라이트의 맹아가 ‘사랑과 섬김의 교회’,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 ‘농업회사법인 라파마을’을 매개로 싹을 티워 가고 있습니다. 이 싹이 잘 자라 풍성한 아나뱁티스트의 하나님 나라로 열매 맺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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